불황은 지나가도, 선택의 문법은 바뀐다
호황과 불황은 반복되지만,
그 시간을 통과한 인간의 소비 기준과 브랜드의 조건은 이전과 같지 않습니다.
세계 경제는 장기적으로 성장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반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습니까?
사건은 대체로 역사적 전례와 예측 가능한 패턴을 따라 발생합니다. 이번 경제위기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사람들이 그 사이클을 잊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사기 위해 큰돈을 대출받았고, 실제로는 실현되지 않은 장부상 이익을 이미 확보한 수익처럼 여기며 지출을 늘렸습니다. 부동산 자산도 실제 수익처럼 보일 뿐 상당 부분은 가상의 이익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불안정한 삶을 풍요롭게 보이게 만들기 위해 그 돈을 사용했습니다.
경제 사이클을 보는 안목이 있었거나 부동산 거품이 오래가지 않을 것을 미리 감지했다면 상황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번 불황 이후 사람들은 물질주의가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며 재정적 거품을 걷어 낸 ‘심플한 삶’을 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나’보다 ‘우리’에 초점을 두는 미묘한 문화적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경제가 기대보다 빠르게 회복된다면 사람들은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불황과 호황의 패턴이 계속 반복된다면 미래에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달라질까요?
기업이나 지역사회 같은 조직은 점점 더 가치지향적으로 변할 것입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공동체를 넘어 더 넓은 범위의 근로자, 소비자, 공급자 커뮤니티와 관계를 맺으려는 움직임도 커질 수 있습니다. 개인 역시 친구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늘리려 할 것입니다.
이 변화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욕구를 실현할 수 있게 돕는 것, 혹은 그 욕구를 현실적으로 조절하도록 돕는 것에 관심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노동 시간, 미디어 사용, 식품 소비 등에 대해 더 엄격한 규범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일부 산업에서는 임금과 수익성에 대한 더 강한 요구가 나타날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행동 기준을 지키지 못했을 때 느끼는 죄책감을 겨냥한 광고 캠페인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불황으로 제품 구매 빈도는 줄 수 있지만 대신 사람들은 삶의 비물질적 가치와 연결되는 대안을 더 적극적으로 찾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부모의 도움 없이는 생계를 꾸리기 어려운 젊은 세대를 ‘패러사이트 싱글’, ‘부메랑 키즈’로 표현했습니다. 이러한 젊은 세대의 소비 행태는 미래 경제와 브랜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영국의 연구기관 SIRC(Social Issues Research Centre)에 따르면 Y세대는 많은 것을 구매하고 또 그것을 살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세대의 언어는 절충주의와 다양성이며 목표는 즉각적 만족입니다.
Y세대는 언제든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하는 ‘샘플링 세대’이기도 합니다. 음악을 살 때도 앨범 전체보다 한 곡만 선택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도 직장을 옮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참여자 중 한 사람은 “도달하지 못할 곳은 없다. 전 세계 어디든 며칠 안에 무엇이든 보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365일 연결된 환경,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을 보입니다. 그 결과 스크린 안에서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며 집중할 시간은 거의 없다고 느낍니다.
또 다른 공통 욕구는 가능한 한 빠르게, 그리고 많이 돈을 모으는 것입니다. Y세대는 ‘빚’에 대해 상대적으로 낙관적입니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까지 큰 불황을 직접 겪어 보지 않았고 부모 세대 역시 대규모 주택담보대출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상환해 온 경험이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Y세대는 정치적으로 보수적이고 위험을 회피하며 불안에 민감합니다. 이런 불안은 향수를 자극하고 가까운 친구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강화합니다. 반면 호주의 여러 연구는 Y세대의 미래가 안정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Y세대는 재정적 성공과 안정성을 원하지만 충분한 플랜 B를 갖추지 못한 세대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불황기에 사람들은 불안 때문에 자국 브랜드를 더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사람들은 점차 세계화에 대한 환멸을 느낍니다. 그 결과 지역 내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는 캠페인이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흐름은 NIMBY(Not In My Back Yard)의 반대 개념인 IMBY(In My Back Yard) 현상 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은 환경적 관심과 연결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소비를 스스로 통제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한 지역 안에서 생산과 소비를 함께 강화하는 흐름을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공장에서 학교에 이르기까지 지역 안에서 더 완결적인 순환을 만들 수 있는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이 트렌드는 식품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지지만 곧 비즈니스와 정치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경제위기로 촉발된 긴축과 절약의 분위기와 맞물려 이 흐름은 지역사회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촉진제가 될 수 있습니다.
미래학자로서 불황기에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무엇인가요?
이번 불황만으로 특정 패턴을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다만 과거 경험에 비춰 보면 심각한 뉴스로 사회 분위기가 급격히 어두워질 때 사람들은 판타지를 제공하거나 현실의 탈출구가 되어 주는 영화나 영상 콘텐츠를 더 많이 찾습니다. 이러한 분야가 오히려 성장하는 현상은 불황기마다 반복적으로 관찰됩니다.
불황 속에서 마케팅 전략을 실행하는 한국의 마케터에게 조언한다면?
이 시기 사람들은 안전성과 안도감, 그리고 통제감을 원합니다. 그래서 이미 알고 있고 신뢰하는 브랜드를 고수하려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개인의 자산 운용도 우량주나 저위험 채권 같은 안전한 방향으로 기울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사람들은 한 직장에 머무르거나 미래를 위한 교육에 투자하고 안정성을 위해 정부 관련 직무를 선호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은 오가닉 워터처럼 과시적으로 보일 수 있는 소비를 줄이려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허용 가능한 탐닉’을 채워 줄 시장은 계속 존재합니다. 안정감을 주거나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제품은 이런 경제 상황에서 새로운 기회 시장이 됩니다. 해당 제품의 효용을 기술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더 효과적인 방법은 사용 전후 사람의 표정과 상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 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더 큰 신뢰를 만듭니다. 그리고 한때 훨씬 안정적이고 확실했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제품 역시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불황기에 강력하고 성공적인 브랜드를 구축하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명확한 계획과 비즈니스 모델 위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능력은 불황기에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