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님
엔텔러키 브랜드 권민입니다. 지난 메일에서 ‘브랜드의 정의’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렸는데, 더 자세히 듣고 싶다는 요청을 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그 내용을 조금 더 보강해 다시 설명드리겠습니다.
제가 이 질문을 처음 받은 것은 신입 광고기획자 시절이었습니다. 선배는 제가 브랜드에 대해 얼마나 모르는지 깨닫게 하려는 듯, 기선을 제압하듯 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순간의 당혹감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건 마치 우리가 시간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시간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갑자기 막막해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누군가 스피드 퀴즈처럼 저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해보겠습니다.
“시간이 뭐죠?”
“시간이요? 시간이죠.”
아마 저도 그렇게 얼버무렸을 겁니다.
그날 선배도 비슷하게 물었습니다.
“브랜드가 뭐지?”
저는 하마터면 이렇게 대답할 뻔했습니다.
“브랜드요? 브랜드죠.”
잠깐 고민한 끝에 저는 “고급 상표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학문적인 용어 대신 사람들이 흔히 쓰는 표현을 택한 것이었죠. 당시에는 그 말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광고기획자로서 너무 얕은 답을 한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얼굴이 뜨거워졌습니다. 선배는 잠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제가 걸려들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왜 브랜드가 단순한 상표가 아닌지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수치심 때문에 선배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때와 다릅니다. 왜 브랜드가 단순한 상표와 다른지 조금은 더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브랜드 전문가들이 말하는 여러 정의를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말처럼 보이겠지만, 끝까지 따라오시면 결국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느끼시게 될 겁니다.
물론 브랜드를 한 번에 정확히 파악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본질에 대한 감각은 얻으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명쾌한 정의가 곧바로 손에 잡히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여러 정의에 공감하면서도 완전히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는 뒤에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나오는 브랜드 전문가들의 정의를 처음부터 완벽히 이해해야 한다고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 하나를 떠올려 그 이름을 대입해 보시면 훨씬 쉽게 다가오실 겁니다.
먼저, 우리나라에서는 『퍼플 카우』의 저자로 잘 알려진 세스 고딘은 브랜드를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브랜드는 고객들이 여러 제품과 서비스 중 하나를 선택할 때 작용하는 기대, 기억, 스토리와 관계의 집합이다.”
만약 브랜드를 단지 ‘고급 상표’나 ‘멋지게 보이는 것’ 정도로 생각해 오셨다면, 이 정의는 처음부터 조금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그랬습니다. 이 문장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고 하면 더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좋아하는 브랜드 이름을 이 문장에 넣어서 읽어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이해가 잘 안 된다고 해서 조급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답답함도 자연스러운 과정이니까요.
다음으로, 나이키의 ‘Just Do It’ 캠페인을 주도했고 스타벅스의 마케팅 부사장을 지낸 스콧 베드버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브랜드는 손에 쥐거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물체가 아니다. 이런 특징은 상품에 해당한다. 브랜드는 수년간 마음속에 쌓인 살아 있는 개념이다. 논리적인 부분도 있지만, 때로는 비이성적인 부분도 있다. 가장 오래 지속되는 브랜드 이미지 중 일부는 완전히 감정적이다. 훌륭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몇 년, 혹은 몇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이 정의도 처음에는 쉽게 들어오지 않습니다. 저 역시 특히 “살아 있는 개념”이라는 표현이 낯설었습니다. 그런데 디즈니의 CEO였던 마이클 아이스너는 그의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 “브랜드는 살아 있는 실체다. 수천 개의 작은 움직임이 모여 끊임없이 비옥해지거나 침식된다.”
이 말을 듣고 나면 브랜드가 단순한 이름이나 로고가 아니라는 점이 조금 더 선명해집니다. 브랜드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진화하는 실체라는 것입니다. 결국 브랜드의 본질을 이해하는 과정에는 감정과 논리, 이성과 비이성이 모두 얽혀 있습니다.
물론 모든 브랜드가 곧바로 살아 있는 개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브랜드가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작동할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애플은 많은 사람에게 컬트 브랜드처럼 느껴지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비싼 전자제품일 뿐입니다.
이 지점에서 마티 뉴마이어는 『브랜드 갭』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 “브랜드란 당신이 말하는 ‘그 무엇’이 아니고, 그들이 말하는 ‘그 무엇’이다.”
여기서 ‘그들’은 소비자를 뜻합니다. 이 말은 꽤 중요합니다. 브랜드는 생산자가 혼자 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완성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뉴마이어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 “브랜드는 현대 사회의 작은 신이다. 그 신은 각자의 방식으로 인간의 욕구, 활동, 분위기나 상황을 지배한다.”
조금 과감한 표현이지만, 이 말에는 브랜드의 영향력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브랜드가 단순한 상품 구별 장치를 넘어, 사람의 욕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는 뜻이니까요.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아마 세스 고딘이 처음에 말했던 브랜드 정의는 이미 머릿속에서 흐려졌을지도 모릅니다. 브랜드의 정의라는 것이 생각보다 그렇게 간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읽다가 조금 불편하시거나 짜증이 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더 살펴볼 정의들이 남아 있습니다.
번 H. 슈미트는 『체험 마케팅』에서 브랜드를 이렇게 말합니다.
- “브랜드란 사용자가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다른 기업, 상품,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과 구별되는 독특한 그 무엇이다. 이는 기업의 이미지, 상품,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전체를 아우르는 문화를 의미한다.”
여기서도 브랜드는 다시 ‘그 무엇’으로 표현됩니다. 지금까지 등장한 정의들을 보면, 브랜드는 명확히 만질 수 있는 개념이라기보다 주관적인 경험과 느낌에 더 가깝습니다.
한편 매튜 힐리 교수는 『무엇이 브랜딩인가』에서 보다 간결하게 말합니다.
- “브랜드는 생산자가 소비자의 마음속에 무형의 개념을 만들어내기 위해 만든 상징체계다.”
여기까지 나온 정의들 가운데 혹시 조금이라도 이해되거나 공감되는 것이 있으신가요?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신다면,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 이름을 넣어 읽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좋아하는 브랜드가 없다면 사람들이 열광하는 브랜드를 상상해 보셔도 됩니다.
그런데 모든 정의가 이렇게 철학적이거나 형이상학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사전 속 브랜드 정의는 훨씬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습니다.
- “브랜드란 어떤 상품을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이름, 기호, 도안 등을 통칭하는 말이다.”
만약 브랜드를 단순한 상표라고 생각한다면 이 정의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미국마케팅협회의 정의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브랜드란 특정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식별하고, 경쟁 기업과 차별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이름, 기호, 상징물, 디자인 또는 그 조합이다.”
이런 정의는 간결하고 설득력이 있습니다. 특히 상품을 단순한 소비재로 보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브랜드를 정체성의 표현으로 보는 사람에게는 뭔가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오히려 앞서 살펴본 복잡한 정의들이 더 공감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천만 원짜리 에르메스 핸드백을 단순히 이름이나 상징물, 디자인이라고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에르메스를 사는 이유가 단지 제품을 구별하기 위해서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에르메스를 통해 자신을 과시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고,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표현하고 싶어 합니다.
명품 브랜드는 경쟁 제품과 차별화하는 수준을 넘어서, 자기 정체성을 표현하는 도구가 됩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가방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사는 것입니다.
이쯤에서 저는 브랜드를 단순한 구별의 도구로만 정의하는 것이 왜 부족한지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브랜드가 정체성을 다루기 시작하는 순간, 브랜드는 상표를 넘어 복잡한 의미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마지막으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이 대답한 브랜드 정의도 살펴보겠습니다. 사전이나 미국마케팅협회의 정의와는 달리, 이 정의는 앞서 소개한 전문가들의 복잡한 견해를 조금 더 통합적으로 보여줍니다.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속에 있는 회사,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정체성, 평판, 인식을 포괄하는 다면적인 개념입니다. 브랜드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로는 아이덴티티, 평판, 인식, 약속, 가치와 개성, 소비자 경험과 감정적 연결이 있습니다. 즉 브랜드는 단순한 로고나 이름이 아니라, 회사와 제품,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경험되는지를 형성하는 모든 요소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브랜드란 기업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가치와 경험의 총체이며, 기업의 정체성과 고객의 인식이 결합되어 형성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답변은 제가 편집해서 정리한 것입니다. 독자님께서도 직접 인공지능에 물어보시면 이와 비슷한 답변을 쉽게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흥미로운 점은 인공지능 역시 “브랜드는 로고나 이름이 아니다”라는 방향으로 답을 내놓는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것은 인공지능이 스스로 사유한 결과라기보다,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리한 결과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브랜드는 사람마다 다르게 정의될까요? 왜 이렇게 명확하게 한 줄로 정리하기 어려운 걸까요? 저는 그 이유가 단순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전 비지니스 레터에서 잠깐 설명드렸던 브랜드 경험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삼성 갤럭시를 통해 브랜드를 경험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애플 아이폰을 통해 브랜드를 경험합니다. 두 제품 모두 스마트폰이지만, 그 경험은 단순한 기능 차원을 넘어 완전히 다른 세계를 만듭니다.
이 차이를 가장 쉽게 확인하는 방법은 직접 그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아이폰 사용자에게 갤럭시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라고 해보십시오. 반대로 갤럭시 사용자에게 아이폰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두 스마트폰이 왜 다른지, 그 차이를 글로 정리해 보시게 해보십시오.
그렇게 쓴 글을 스스로 읽어보거나 다른 사람과 공유해 보면, 자신이 경험한 브랜드의 본질이 조금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그 독특한 느낌, 그 설명하기 어려운 차이, 바로 그것이 브랜드 경험입니다. 그래서 브랜드는 정의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브랜드는 결국 경험 속에서 완성됩니다.
다음 편지에서 브랜드 경험을 좀더 깊이 말씀드리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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