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부모학교
브랜드의 성장에 따라 창업자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부모님 같아요."
창업자들을 인터뷰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던진 질문이 있었다. "브랜드가 정말 자식처럼 느껴지시나요?" 브랜드를 직접 만든 창업자들의 대답은 흥미로웠다. 대부분은 망설임 없이 "네, 자식 같죠"라고 했다. 몇몇은 "애인 같다", "부부 같다"고 했다. 그리고 단 한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 부모님 같다고.
그 대답이 오래 남았다. 자식은 내가 키우는 존재다. 애인과 배우자는 나와 나란히 서는 존재다. 그런데 부모는 나를 키운 존재다. 그 창업자에게 브랜드는 자신이 돌보는 대상이면서, 자신을 가르치고 버티게 해 준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도 그 대답의 깊이를 짐작할 뿐이다.
나도 부모가 되기 전에는 부모로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부모가 되고 나서야 내게 부족한 것들이 보였다. 좋은 아빠란 어떤 사람일까. 첫째를 키우며 겪은 어려움 덕분에 둘째는 조금 수월할 줄 알았다. 그러나 두 아이는 성향이 달라 저마다 다른 숙제를 주었다. 같은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들에게도 서로 다른 돌봄이 필요했다. 그렇게 부모 노릇을 배우면서 내 부모님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부모가 배워야 할 것은 아이가 자라면서 달라진다. 어린아이에게는 곁에서 돌보는 손길이 필요하다. 사춘기에 접어들면 아이의 말을 기다리고 듣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마흔 살 자녀에게 아직도 "차 조심해라"라고 말하는 부모라면, 이제는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자리를 내주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사랑하는 마음은 같아도, 사랑을 표현하고 책임을 다하는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브랜드의 성장도 이런 세 장면에 비추어 볼 수 있다.
첫 고객을 만나는 시기에는 가까이에서 듣고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이름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몇 명뿐일 때는 그 몇 명의 경험이 브랜드의 평판을 만든다. 무엇이 좋아서 찾아왔는지, 어디에서 실망했는지, 어떤 이유로 다시 찾는지 창업자가 직접 배워야 한다.
매출이 생기고 직원이 늘어나면 다른 숙제가 찾아온다. 창업자 혼자 판단하고 결정하던 방식으로는 모든 일을 감당하기 어렵다. "우리는 누구인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구성원들이 함께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창업자는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법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판단을 듣고 권한을 나누는 법도 배워야 한다. 자신이 곁에 없어도 구성원이 판단할 수 있는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브랜드가 더 자라면 창업자가 한 걸음 물러서야 하는 순간도 온다. 모든 결정을 끝까지 대신하면 브랜드가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 놓아준다는 것은 관심을 거두는 일이 아니다. 책임질 사람에게 권한을 맡기고, 그 사람이 자기 방식으로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기다리는 일이다.
그런데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런 역할의 변화까지 미리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이는 브랜드 론칭 프로젝트에서도 사업 계획에 비해 브랜드의 성장 계획은 충분히 논의되지 않을 때가 있다. 얼마를 투자하고 얼마나 팔 것인지는 계산하지만, 고객과 조직이 커진 뒤의 질문은 뒤로 미룬다. 고객이 늘어도 지켜야 할 약속은 무엇인가. 어떤 결정을 구성원에게 맡길 것인가. 창업자가 물러난 뒤에도 이어져야 할 원칙은 무엇인가.
나는 부모학교에 마지막 수업이 있다면, 자신이 없는 미래를 준비하는 법을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녀가 자기 삶을 꾸려 갈 수 있도록 부모의 역할을 바꾸는 일이다. 브랜드 부모학교의 마지막 수업도 이와 닮아야 한다. 창업자가 없어도 브랜드의 원칙과 가치가 이어지게 하는 법, 창업자의 한계가 브랜드의 한계가 되지 않게 하는 법이다.
"부모님 같아요."
그 대답이 오래 남은 이유도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창업자는 브랜드를 키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 브랜드가 창업자를 키우고 있다. 고객을 돌보는 법을, 함께 결정하는 법을, 마침내 물러서는 법을 가르치면서.
고백하자면, 나는 부모 노릇을 충분히 연습하지 못한 채 부모가 되었다. 자녀 양육에 시뮬레이션이 있었다면 두 아이를 더 잘 키웠을까. 알 수 없다. 다만 미리 질문하고 연습했다면, 낯선 순간에 조금 덜 당황했을지도 모른다.
브랜드를 운영하며 마주할 선택 중에는 미리 연습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매출을 높일 기회가 브랜드의 약속과 충돌한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창업자와 구성원의 판단이 다를 때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가. 창업자가 한동안 자리를 비운다면 무엇이 멈추고 무엇이 계속될 것인가.
워크숍과 시뮬레이션은 이런 상황을 앞서 마주하는 자리다. 선택의 이유를 설명하고, 다른 판단을 듣고, 결정이 가져올 결과를 살펴볼 수 있다. 실제 경영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경험하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질문을 발견하게 해 준다. 맡기는 법과 물러서는 법도 그 안에서 연습할 수 있다.
브랜드를 처음 만드는 사람에게도, 오랫동안 이끌어 온 사람에게도 다음 단계는 낯설다. 브랜드가 자란 만큼 창업자도 새로운 역할을 배워야 한다.
부모는 대부분의 순간을 리허설 없이 맞는다. 창업자는 그중 몇 장면을 미리 살아 볼 수 있다. 브랜드 부모학교가 필요한 이유는 거기에 있다. |